첫사랑 이야기 썰 -2.ssul

카테고리 없음 2015. 4. 17. 21:47

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반항의 눈빛 한번 쏘아보지도 못한 채그녀가 앉기만을 기다렸다.



누구였지


얼굴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찾던 것은 그 아이와 나와의 공통된 기억이었다흔히 추억이라고 부르는..

같이 피구를 한 적도 없었고학교 끝나고 같이 집에 간 적도 없었고,

점심시간 때 같이 도시락을 먹은 적도 없었다.


내가 기억하는 그 아이는…..


국민학교 생활 6년 내내 단 한 번 있었던 성교육 시간 이후,

가정선생님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리송한 질문에 키 큰 몇 여자애들이 손을 들었고 그 아이는 그 중에 한 명이었다지금 생각해보면 초경이나 브래지어 착용여부를 물어봤던 거 같았다.

나보다 키도 크고 주근깨가 있는 통통한 볼이 귀여웠던 아이지연이.

  

그렇게 지연이는 당돌하게 내 옆에 다가왔다.

 

 

당돌했지만 그게 전부였던 지연이.

앉고 나서 아무 말도 안 한다오히려 내 시선을 피하는 거 같았다.

 

.. …… 왜 내 옆에 앉았노?”

“……………………”

 

궁금한 건 못 참는 내 성격이 지연이의 창피함을 증폭시키고 있었다아 물론그때는 아무 것도 몰랐다.

내 질문에 얼굴이 달아올랐을까.. 갑자기 얼굴이 붉그스레 달아오른 지연이를 보고 놀란 마음에 그녀의 이마에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.

 

열은 안 나는데와 이라노… 니 어디 아프나?”

만지지마라지기삔다!!”

 

황급히 손을 빼 민망한 두 손과 내 마음을 모아 허벅지 사이에 꼬옥 끼웠다.

 

내 시러하나.. 와 이카지…’

.. 한달 동안 우야지.. 누구랑 떠들고 노노…’

 

이런 생각으로 친한 운동바보들의 자리파악에 나섰다.

끝까지 여자 옆에 앉길 거부하는 몇 운동바보들의 무의미한 저항이 선생님에 의해 가볍게 정리될 때쯤책상들은 언제나처럼 무의미한 38선에 의해 반 토막이 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월례행사였던 짝짓기는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.

 

우리 38선 안 긋나?”

.”

알겠다.”

 

 

통일이 이렇게 쉽다니….

지난 50년 간 우리 할아버지할머니들과 아버지어머니들이 그렇게 고생해도 안 되던데

 

나랑 지연이 책상은 수 많은 분단책상들 사이에 유일한 통일책상이었다.

이상하리만큼 얼굴이 쉽게 빨개지는 지연이를 보면서 단 한번도 지연이가 날 좋아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나는 세상 제일의 바보멍청이였다.

 

나보다 키가 10cm나 크고 가슴은 불룩하고 먼가 어른 같은 표정을 짓는 지연이는 나를 자주 놀렸다귀엽다느니조그맣다느니… 난 그 당시 귀엽다는 말을 싫어했다아이 같다는 말처럼 들려서 자존심 상했었다.

그런 지연이를 꼬집거나 머리를 잡아당기거나 말괄량이 삐삐라고 놀리면 도망가기를 쉬는 시간마다 반복했다.



니 잡히면 지기삔다.”

지기봐지기봐~”

쪼꼬만 게 자꾸 까부러라~”

니 진짜 쪼꼬맣다고 자꾸 그랄래?”

 

약속이라도 한 듯 한대씩 치고 받다가

 



우연히 지연이 가슴에 닿게 된 손바닥으로부터 내가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가 펼쳐졌다.


posted by 김말산